시도통합과 조직개편 과정에서 말하지 못한 것들
시도통합과 조직개편 과정에서 말하지 못한 것들
전남도청열린공무원노동조합 김영선 위원장
올 상반기 정부와 전남·광주 정치권은 인구 180만 명의 전라남도와 140만 명의 광주광역시 통합을 불과 서너 달 만에 속도전으로 추진했다.
통합에 앞서 기관과 지역 간 충분한 조정과 협의가 이뤄졌어야 할 수많은 쟁점은 통합 이후의 과제로 미뤄졌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논의는 충분하지 않았고, 주민투표를 통한 시민들의 직접적인 의사 확인도 없었다.
올해 7월 1일 출범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실제로 통합된 것은 지자체의 명칭과 시장, 의회 정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 이전에 정리했어야 할 수많은 과제가 출범 이후에야 하나씩 검토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통합 과정에서 가장 첨예한 갈등이 예상됐던 주 청사의 위치와 주요 행정기능의 배치 문제는 합의되지 못했다. 정치권은 “주 청사는 없다”라는 입장을 반복했지만, 행정의 중심이 어디에 자리 잡을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언론에서는 이미 청사 운영의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있으며, 민형배 시장은 실질적인 행정 중심을 광주에 두는 방향의 조직개편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나는 이달 12일에 열린 조직개편 관련 노사협의체 마지막 회의에 참석해 우리 노동조합의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전남지역 우리 노조와 광주지역 노조의 입장은 끝내 평행선을 달렸고,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광주 측의 논리는 분명했다. “서울에 대항하려면 광주로 역량을 집중해 광주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나는 “전남의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광주가 반도체 등 경제적 실리를 가져가는 대신 최소한 행정기능만큼은 전남에 남겨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회의를 수 차례 반복했다.
이처럼 지역별 이해관계가 명확하게 충돌하는 상황에서 통합특별시 집행부는 이제 충분한 의견 수렴이 이뤄졌다며 공을 의회로 넘기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간부 공무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제 통합특별시만 있고 전남도 광주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도통합과 조직개편의 결과에 따라 이익을 얻는 지역과 부담을 떠안는 지역이 분명히 나뉘는 상황에서, “전남도 광주도 없다”는 구호만으로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는 어렵다.
더욱 중요한 것은 조직개편이 단순히 공무원 몇 명의 근무지가 어디로 이동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행정의 주도권이 특정 지역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결국 그 지역에서 운영해 온 행정 시스템을 통합특별시의 기본적인 운영체계로 채택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개편은 최소한 세 가지 관점에서 냉정하게 검토돼야 한다.
첫째, 어떤 행정 시스템을 선택해야 통합특별시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
둘째, 시도통합과 조직개편으로 발생하는 지역별 부담과 편익이 공평하게 배분되는가.
셋째, 현재의 조직개편안이 10년 후에도 광주와 전남의 균형발전을 유지할 수 있는가.
하지만 타운홀미팅과 집행부 간담회, 조직개편 관련 노사협의체 회의 어디에서도 집행부의 조직개편 초안을 이 세 가지 기준으로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은 없었다. 결국 우리 노조가 집행부의 조직개편 초안에 합의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검증되지 않은 행정 시스템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첫 번째 기준은 통합특별시의 운전을 어떤 행정 시스템에 맡길 것인 가의 문제다.
광주의 지하철 2호선 건설사업에서 공사비가 당초 약 1조7천억 원에서 3조4천억 원 규모로 증가한 사례, 이에 따른 광주시의 채무(2조 2천억 원)와 광주도시공사의 별도 채무(1조 4천억 원) 문제 등은 통합특별시를 운영할 행정 시스템을 판단할 때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이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광주 지역에서만 3천808억 원 규모의 재정 부족이 예상되고, 이러한 재정 부담이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내년 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지방채 등을 포함해 광주 지역에서 갚아야 할 채무가 8천600억 원에 달한다는 점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어느 지역의 행정이 무조건 옳고 다른 지역의 행정이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통합특별시의 성공을 위해서는 통합 이전 양 지역의 행정과 재정 운영 성과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장단점을 검증한 뒤 어떤 시스템을 채택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검증과 논리적 근거 없이 특정 지역의 행정 시스템을 통합특별시의 표준으로 채택하는 것은 매우 무모하고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통합의 편익과 부담은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
두 번째 기준은 통합으로 발생하는 편익과 부담의 공평한 배분이다.
시도통합 과정에서 광주는 대규모 반도체 투자 유치에 대한 기대와 함께 재정 악화와 과다 채무 문제, 군공항 이전 문제까지 통합의 틀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실제로 반도체 투자와 군공항 이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광주 지역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변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통합의 경제적 실리는 광주가 대부분 가져갔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반면 전남은 부담이 적지 않다. 광주 지역의 재정과 채무 문제를 통합특별시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특단의 재정대책이 없는 한 전남 22개 시·군에 지원되던 예산과 보조금이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군공항 역시 무안 이전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고, 전남이 그동안 공들여 확보해 온 재생에너지와 농업용수 역시 반도체 산업의 성공을 위해 광주에 지원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의 주도권마저 광주로 집중된다면 경제적 실리뿐 아니라 행정적 명분까지 광주가 가져가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이것은 통합특별시의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한 지역의 일방적인 희생을 전제로 한 통합은 결코 성공할 수도 없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재정365(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 자료를 보면 2026년 기준 통합 이전 주민 1인당 세출 예산액은 광주가 약 715만 원, 전남이 약 1천477만 원으로 두 배가 넘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통합 이후 채무와 재정 부담을 줄이는 과정에서 어느 지역의 예산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 지는 면밀히 따져봐야 할 문제지만, 통합에 따른 부담을 어느 한 지역에 일방적으로 담당한다면 이에 상응하는 편익을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이 조직개편에서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지금이 아니라 10년 후를 바라봐야 한다
세 번째 기준은 현재의 조직개편이 10년 후에도 지역 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향후 광주는 행정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대규모 반도체 투자에 따른 일자리와 인구 증가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경제와 인구, 행정 기능이 광주로 더욱 집중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지금 전남에 일부 남겨놓은 행정기능마저 장기적으로는 ‘행정 효율성’이라는 명분 아래 광주로 회수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의 기계적인 조직 균형만을 기준으로 성급하게 조직을 개편해서는 안 된다. 10년 후의 지역 여건까지 고려해 광주와 전남의 균형발전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를 조직개편안에 담아야 한다.
우리 노조가 그동안 줄기차게 “광주는 경제, 전남은 행정”이라는 큰 틀에서 상생과 공존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이번 집행부의 조직개편 초안은 행정시스템의 적정성, 지역별 편익과 부담의 공평성, 10년 후 균형발전이라는 세 가지 기준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노사협의체의 손을 떠나게 됐다.
이제 정치권이 답해야 한다
이제 남은 것은 시도통합 과정에서 충분히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전남·광주 정치권의 심의 과정이다. 통합은 이름을 하나로 바꾸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역사와 행정체계, 재정 여건, 지역의 이해관계를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조정하고, 어느 한 지역도 소외되지 않도록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
많은 시민들은 지역 정치권이 시도통합 과정에서 충분히 조정 역할을 하지 못했던 실수를 조직개편 과정에서 또다시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나 역시 같은 마음으로 정치권의 역할을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조직개편안을 ▲보다 검증된 행정시스템의 채택, ▲지역 간 편익과 부담의 공평한 분배, ▲10년 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 지역 간 균형발전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다시 살펴봐야 한다.
통합특별시의 성공은 어느 지역이 더 많은 조직과 권한을 가져가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광주와 전남이 서로의 부담을 나누고 편익을 공유하며, 어느 한 지역의 희생 없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달려 있다.
지역 간 갈등을 지금 풀지 못한다면 통합특별시의 출범은 또 다른 갈등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지금이라도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통해 균형 있는 조직개편안을 마련한다면,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진정한 상생과 공존의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그것이 내가 지금, 통합과 조직개편 과정에서 미처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이며, 통합특별시의 성공을 위해 마지막까지 이야기하고 싶은 이유다.
댓글 2
정치적 도박같은 통합으로 엉망진창이 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10년 후까지 내다보는 조직개편을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요?....
1980년대 인구가 가장 많던 도시가 광역시로 분리되었다는건 = 사실상 호남지역의 인력과 재원의 몰빵을 의미했음 = 수십년간 그 결과는 광주는 모든분야에서 실패
지금 광주의 논리는 집안자산을 다 말아먹고 본인 의식주도 해결못하는 탕아 장남이 아직도 본인에게 재산을 더 몰아줘야 한다며 시골에 있는 형제자매 재산을 다 뺏으려는 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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